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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선은 아름답다

김종용 시집 <폐선은 아름답다>에는 김종용 시인이 문학에 입문한 후 각 문예지와 시화전을 통해 발표한 67편의 시가 5부로 나누어져 수록되어 있다. <부제와의 동행, 그 역설의 미학>이란 제목으로 이 시집의 작품 해설을 쓴 임노순(시인, 문학평론가) 시인은, <폐선은 아름답다>에 수록된 시편들은 시적 대상의 폭이 넓고 화법이 다양하며 매우 적극적이다. 다루기 힘들거나 기피하는 정치, 경제적 문제와 분단 상황, 종교적 폐해 등으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그의 시선은 소외된 자들의 세계와 그들의 등을 떠미는 힘있는 자들의 세계, 다시 말해 선(善)과 악(惡)의 세계, 의(義)와 불의(不義)를 향해 있다. 둘 중 하나의 세계는 반드시 제거해야하고 선악의 대립으로 뒤틀려진 세상을 적극적으로 되돌리고자 하..
김종용 시집 <폐선은 아름답다>에는 김종용 시인이 문학에 입문한 후 각 문예지와 시화전을 통해 발표한 67편의 시가 5부로 나누어져 수록되어 있다.

<부제와의 동행, 그 역설의 미학>이란 제목으로 이 시집의 작품 해설을 쓴 임노순(시인, 문학평론가) 시인은,

<폐선은 아름답다>에 수록된 시편들은 시적 대상의 폭이 넓고 화법이 다양하며 매우 적극적이다. 다루기 힘들거나 기피하는 정치, 경제적 문제와 분단 상황, 종교적 폐해 등으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그의 시선은 소외된 자들의 세계와 그들의 등을 떠미는 힘있는 자들의 세계, 다시 말해 선(善)과 악(惡)의 세계, 의(義)와 불의(不義)를 향해 있다. 둘 중 하나의 세계는 반드시 제거해야하고 선악의 대립으로 뒤틀려진 세상을 적극적으로 되돌리고자 하는 의지가 강렬하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연락선을 기다리며 / 청라도에서 늦도록 먼 바다를 바라본다’(대동여지도), 󰡐다시 보자, 숙자야 / 한 잔 술이 거나하구나󰡑(숙자에게), 󰡐헤헤, 형님 / 나 가걸랑 / 대포나 한 잔 받아주소󰡑(상병아, 어디 있니), 󰡐쿨럭거리던 폐선의 신음소리로 / 흐르는 음악과 술을 마신다󰡑(피에로의 겨울), 󰡐속이 새카맣게 타도록 깡소주를 불며 / 해 지는 골목으로 출근하여 󰡑해뜨는 집󰡐을 연주하는 / 애드립이 슬픈 한 마리 바퀴벌레였다󰡑(세한도 1), 󰡐일기예보처럼 / 아버지가 술에 젖는 날이면󰡑(무화과), 󰡐텃밭에 / 깨꽃을 옮겨 심으며 / 아버지는 / 깨알같은 소주잔을 비우셨다󰡑(깨꽃) 등 그들과의 회상이나 대면에 있어 빠짐없이 󰡐술󰡑이 등장하고 한다. 󰡐부재자󰡑에 대해 진한 애정과 󰡐술󰡑을 보여주는 이유는 󰡐부재자󰡑의 대다수가 당대의 소외자이거나 삶의 주변인이라는 화자의 개인적 인식이 이 시대의 사회적 환경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노을진 폐선이 되고서야 알았다
저무는 세상과
팽만한 오기로 마주 서 있을지라도

누구 하나 건드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든 언어의 사유로부터 자유로웠다는 사실을,
잃을 것과 얻을 것 사이에서 줄을 서지 않아도 됨을
달콤한 자본주의와, 비굴한 패배주의에 승복할 수 없음을
바람도 피해간다는 사실을,

그러나 나는 용서하리라
역사의 후반부를 썰렁한 풍경으로 남겨놓은 채,
슬며시 빠져버리는 이 시대의 썰물을
가슴 아픈 이 시대의 얼룩들을,
-「폐선은 아름답다」후반부


󰡐폐선󰡑은 들러리가 된 사람이며, 화자이며 이 시대 공간의 비유이다. 화자는 누군가에게 약(藥)이 되고 싶었으며, 절망적인 바다일지라도 희망의 깃발을 달고 항해하고 싶으며, 󰡐달콤한 자본주의󰡑와 서로의 바벨탑을 쌓는 사이비 종교인과 만병통치약인양 술을 팔아 세상을 병들게 하는 백정 같은, 악덕 포주 같은 재벌들을 쓸어내고, 선한 자들만으로 사랑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폐선󰡑을 반드시 수리해 살려내기 위한 에너지로 그는 󰡐부재자󰡑와 󰡐술󰡑을 선택했다. 󰡐폐선󰡑이 󰡐아름답다󰡑라는 역설과 󰡐모든 언어의 사유로부터 자유로웠다󰡑와 󰡐잃을 것과 얻을 것 사이에서 줄을 서지 않아도 됨을󰡑이라는 반어적 표현은 󰡐부재자󰡑에 대해 진한 애정과 이 땅의 사람들을 망가뜨리거나 망가진 자들이 신앙처럼 매달릴 수밖에 없는 독으로서의 󰡐술󰡑을 보여주며 집요하리만치 천착하고 있는 분명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김종용 시인이 설정한 󰡐폐선󰡑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에서 들러리가 된 사람이며, 화자이며 이 시대 공간의 비유라고 볼 때, 󰡐폐선󰡑이라는 공간은 인생의 무대가 되는 것이며 무대에 선 주인공이 바로 피에로이다. 피에로는 절대 말을 하지 않으며 말을 해서도 안 된다. 오직 몸짓만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문학 장르의 시와 닮았다. 시는 언어의 기능인 의사소통을 위한 의미 전달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말을 아낀다. 설명이 아니라 표현하는 장르며 언어 절제를 요구한다. 그러나 󰡐폐선󰡑의 배우 피에로는 말을 한다. 그것도 수다에 가까우리만치 많은 말을 쏟아낸다. 다양한 수사법을 사용하는 달변의 변사처럼 거침없다. 그는 말하는 피에로를 자청하며 파격적으로, 대사를 말이 아닌 시로 풀어내고 있다. 시는 말하기(telling)가 아니라 보여주기(showing)라고도 한다. 그래서 피에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김종용 시집 <폐선은 아름답다> 작품 해설에서)


김종용

이 시집의 저자 김종용 시인은 1958년 강화도에서 태어나 임마누엘 신대 및 총회 신대원을 졸업했다.

1979년 「개인시화전」을 필두로 문학에 입문한 후 1998년 월간 『文學21』 2월 호에 ‘호박’ ‘백 잔의 무게’ ‘서해안에서’, 이 세 편의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인천문인협회, 서구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1민족문학회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아픔을 함께 하는 소망공동체」 사역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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