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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강냉이(제1부 전사의 고향)

▶ 하늘 강냉이 _ 어떤 작품인가? 지난 1998년 9월부터 만 2년간 <인천일보>에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서동익 장편소설 <하늘 강냉이(원제, 인구의 고향> 1, 2, 3, 4, 5, 6권이 전자책으로 출간된다. 연재 당시, 북한 사회를 실증적 차원에서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파란을 일으킨 바 있는 이 소설은 2,300만 북한동포의 생명을 연명시켜주는 주된 먹거리 즉, 북한 백성(하늘)의 주된 식량이 되고 있는 강냉이가 북한 동포들의 일상적 삶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또 휴전선과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대한민국과 중국 ․ 러시아 등의 주변국에는 어떤 형태로 그 영향력이 미치고 있는가를 주인공 곽인구(郭仁久)와 그의 가족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일상적 생활동선(生活動線..

▶ 하늘 강냉이 _ 어떤 작품인가?

지난 1998년 9월부터 만 2년간 <인천일보>에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서동익 장편소설 <하늘 강냉이(원제, 인구의 고향> 1, 2, 3, 4, 5, 6권이 전자책으로 출간된다.
연재 당시, 북한 사회를 실증적 차원에서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파란을 일으킨 바 있는 이 소설은 2,300만 북한동포의 생명을 연명시켜주는 주된 먹거리 즉, 북한 백성(하늘)의 주된 식량이 되고 있는 강냉이가 북한 동포들의 일상적 삶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또 휴전선과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대한민국과 중국 ․ 러시아 등의 주변국에는 어떤 형태로 그 영향력이 미치고 있는가를 주인공 곽인구(郭仁久)와 그의 가족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일상적 생활동선(生活動線)과 라이프 사이클을 통해 실증적 차원에서 보여주고 있는 연작 장편소설이다.


▶ 창작 동기와 작의(作意)는?

이 소설집의 서두에 나오는 <작가의 말>에 따르면, 저자는 1976년 5월 중편소설 <갱(坑)>으로 제11회 세대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문단에 등단한 이후 우리 민족의 남북분단 상황을 주제로 한 소설을 한 편 써보고 싶은 작가적 열망 때문에 남북분단 문제를 다룬 선후배 작가들의 소설작품을 거의 다 찾아 읽었다고 한다.
그러나 휴전협정 체결 이후의 북한 사회 실상과 북한 동포들의 일상적 생활동선(生活動線)을 문학작품 공간 속에 정면으로 다룬 본격 소설문학 작품은 탈북동포들의 수기류 외에는 한 편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여러 측면에서 그 원인을 찾아낼 수 있겠으나 소설을 쓰는 작가적 입장에서 보면 첫째 남한 지역에, 휴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7월 27일 이후의 북한 사회 실상과 북한 동포들의 일상적 생활동선(生活動線)을 소설을 쓸 수 있을 만큼 소상히 알고 있는 작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것은 분명 한국 현대소설문학의 한계성과 왜소성을 드러내는 문제점이었고, 남․북한 지역에 생존하고 있는 작가들 중 그 어느 누구라도 풀어야 할 과제요, 현안 문제라는 점은 문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학도라면 거의가 다 동의할 것이다.
작가는 이 문제를 나름대로 한번 풀어보기 위해 지난 1970년대 중반부터 북한을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비밀취급인가증>이 없으면 북한에서 발행되는 로동신문 한 장 볼 수 없는 냉전시대의 국내 정치상황 때문에 저자의 북한연구는 지지부진했다고 한다.
작가는 이 벽을 깨기 위해 지난 1981년 5월,「자유의 소리 방송」전문집필위원 공채시험에 응시해 합격한 이후,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사)북방문제연구소 연구이사 등으로 재직하며 지난 30년 간 수많은 탈북 동포들과 함께 어울려 북한의 사회․ 문화 분야를 지켜보며 연구 ․ 분석해 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때 만난 800여 명의 귀순자와 그 분들이 진술한 신문조서와 증언, 수기 등을 분석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문제를 푸는 데 중점을 두고 작품을 써 왔다고 한다.

첫째, 남북한 문화통합과 실질적인 남북교류시대를 대비한 북한 사회․ 문화 분야의 실상을 정확하게 묘사해 분단 2∼3세들에게 북한 사회 실상과 세태 그리고 북한동포들의 라이프사이클을 정확하게 인지시킨다.

둘째, 남․북한지역을 소설작품 공간 속에 같은 시간대에 정면으로 수용하는 장편소설을 창작, 발간해 휴전협정 체결 이후 북한 사회 실상과 북한동포들의 일상적 생활동선(生活動線)을 소설작품 속에 정면으로 수용하지 못한 한국 현대소설문학의 한계성과 왜소성을 극복하며 문학작품을 통해 남북한 문화통합과 민족 동질성 회복에 기여한다.

셋째, 북한 동포들의 순박하고 건강한 의식과 통일에 대한 열망 그리고 사회주의체제 속에서도 우리가 배우고 수입할 수 있는 사회제도와 장점은 무엇이며, 과거 우리 정부와 극우적 실세들이 이데올로기적 경쟁 측면에서 숨겨온 것들을 소설 형식을 빌어 이제는 완전히 벗겨 본다.

작가는 이 세 가지 作意를 관철시킬 수 있는 장편소설을 한 편 써보고 싶은 작가적 열망 때문에 덤벼들기는 했으나 ▷북한 동포들의 일상적 생활언어와 방언, ▷은어 ․ 속어 등에 담긴 사회구조적 배경과 역사, ▷소련 ․ 중국 등지에서 수입한 사화주의 생활문화양식과 정치현실, ▷북한의 지리적 환경과 사회 변천 과정, ▷북한의 국가적 통치기구와 군사지휘체계 등 막히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집필을 더 이상 진행시킬 수가 없었다고 한다.
작품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라도 휴전선 너머 북한 사회를 더 지켜보면서 연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탈북 동포들을 만나보고, 그들이 증언한 신문조서와 수기류를 보는 대로 구해 와서 더 읽고 분석하며 가슴앓이를 하다 보니 어느덧 1990년대도 후반으로 기울고 있었단다. 그러다 지난 1998년 9월, 인천일보사로부터 장편소설 연재 제의를 받고부터 이 소설의 주인공 이름을 따서「仁久의 고향」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 작품의 주제는?

2만 5천여 명의 탈북자 증언과 국내 북한 연구 학자들의 연구논문 등을 통해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북한은 평야지대보다 산악지역이 많은 관계로 국가적 차원에서 경작 가능한 모든 농지에 곡물의 종자를 파종해 홍수나 냉해 등 자연재해 없이 평년작 수준으로 추수를 해도 식량의 절대배급량이 3∼4개월 정도 즉, 130만 톤∼150만 톤이 해마다 부족한 국가라고 한다.
이 작품의 주제는 바로 식량의 절대배급량이 매년 130만 톤∼150만 톤 정도 부족한 북한 동포들의 식량문제 즉, 3∼4개월 정도는 해마다 부족한 식량문제가 북한 동포들의 일상적 삶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또 휴전선과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대한민국과 중국 ․ 러시아 등의 주변국에는 어떤 형태로 그 영향력이 미치고 있는가를 주인공 곽인구(郭仁久)와 그의 가족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일상적 생활동선(生活動線)과 라이프 사이클을 통해 실증적 차원에서 보여주고 있는 연작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북한의 식량문제가 통치적 차원에서 거론되기 시작한 1980년대 초반부터 식량배급이 한동안 중단된 관계로 북한 사회 전역이 혼란의 세계로 뒤바뀌고 만 1990년대 중반까지를 다루고 있다고 한다.
작품의 스토리 자체는 우리가 눈만 뜨면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평이한 이야기이고 전개 자체도 느린 편이라고 한다. 한 권짜리 장편소설로도 충분히 끝낼 수 있는 이야기를 굳이 연작 장편소설 형태로 구성한 것은, 주인공 곽인구와 그 가족들의 일상적 생활동선(生活動線) 그리고 인생행로를 통해 우리가 반세기 이상 가보지 못하고, 눈으로 보지 못한, 북한사회 곳곳을 같은 시간대의 남한사회와 연계시켜 세밀하게 묘사해 한 편의 동영상처럼 북한사회 곳곳을 꿰뚫어 볼 있도록 하기 위한 작가의 기획의도 때문이었다고 한다.


▶ 37년 동안 북한 사회 지켜보며 써 온 실증적 연작 장편 소설

이제는 많이 달라져 있지만, 작가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북한이라는 사회는 지배세력들이 정보의 소통을 막기 위해 강력한 행정력을 앞세워 사회 전체를 거대한 밀랍처럼 폐쇄시켜놓고 있는 사회주의 사회란다. 이로 인해 북한에서 태어나 몇 십 년씩 살았던 북녘 동포들도 자신이 몸담았던 직장이나 마을 외에는 다른 지역의 정황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란다.
작가는 이것이 북한이라는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특징이 통치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의지대로 통치할 수 있는 장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수 몇몇 엘리트 외 일반 동포들은 다른 분야의 정황을 전혀 모르므로 선전선동 매체를 통해 지배세력들의 의지대로 대중조작이 가능한 사회라는 것이다.
작가는 “이 작품은 분야마다, 가는 곳마다, 거대한 장벽이 쳐져 있는 북한 사회를 지난 37년 동안 계속 지켜보면서 2만 5천여 명의 탈북 동포들이 증언한 내용들을 모자이크처럼 짜 맞춰 형상화한 실증적 연작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북한의 어느 분주소 내부의 근무자 수와 최고 책임자의 계급에서부터 일상적 업무까지……말하자면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북한 동포들의 일상적 생활동선과 사회 전체의 흐름이 한 편의 동영상처럼 전개되면서 우리가 가보지 못하고 살펴보지 못한 북한 사회 곳곳이 우리 눈앞에 훤히 보이는 엑스터시를 느끼게 된다고 한다.


▶ 작품의 줄거리는?

1984년 4월 어느 날―.
일제 이스즈 엔진을 단 인민군 제2군단 민경부대 소속 화물자동차 한 대가 황해북도 금천군과 개성직할시 장풍군을 잇는 해발 267미터의 작은방아재고갯길을 올라가고 있다.
이 화물자동차의 운전석에는 인민군 민경부대(군사분계선 서부지역 북측 지역을 경계하는 민사행정경찰 부대의 약칭) 후방부 소속 곽인구 하사가 앉아 있고 그 옆 조수석에는 사관장이 앉아 있다. 이들은 금천 읍내에 있는 량정사업소(정미소)로 민경부대원들이 먹을 식량을 수령하러 가는 길이다.
사관장은 화물자동차의 조수석에 앉아 계속 졸고 있다 화물자동차가 고갯길을 다 올라왔을 때 입이 찢어지도록 하품을 하며 차를 세우라고 지시한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까 아랫도리가 부풀어 오르면서 소변이 마려웠던 것이다.
얼마 후, 두 사람은 화물 자동차를 봉화산 기슭에 세우고 차에서 내려 아침 해가 떠오르는 산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어린아이처럼 성기를 꺼내놓고 배설의 쾌감을 만끽하듯 신나게 오줌줄기를 갈겨댄다.
그때 상사 계급장을 단 사관장이 사내들 특유의 장난기 서린 시선으로 곽인구 하사의 성기를 훔쳐보다 흠칫 놀란다. 곽인구 하사가 체구에 비해 매우 큰 성기를 지닌 것이 부러워서 사관장은 은근한 눈길로 친밀감을 보인다. 이때 사관장은 곽인구 하사와 함께 라체오락(성교)을 한번 즐기고 싶은 욕망을 강하게 느끼며 곽인구 하사의 고향과 고향에 있는 부모형제의 안부를 묻는다.
곽인구 하사는 사관장이 은근한 눈길로 친밀감을 보이며 접근해 오는 속셈은 전혀 간파하지 못한 채 곧이곧대로 자기 가족들의 근황을 솔직하게 대답해 준다. 사관장은 그때 곽인구 하사가 평안북도 낙원군 사회안전부장(경찰서장) 곽병룡 상좌와 낙원군 인민병원 정남숙 외과과장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조국이 해방되기 전 만주에서 김일성과 같이 독립운동을 하다 전사한 혁명렬사이고 작은할아버지와 두 삼촌들도 모두 국가 요직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핵심간부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렇게 배경이 든든한 곽인구 하사를 설득해 사민부락에서 밀주를 만들어 파는 젊은 아낙네들에게 비밀리에 민경부대원들이 먹을 식량을 몇 백 Kg 빼내주고 둘이서 오붓하게 라체오락을 한번 즐겨도 크게 뒤탈이 없을 것이란 것을 마음속으로 타산해 본다. 그리고는 집요하게 곽인구 하사를 꼬드겨 금천 읍내에 들어가면 둘이서 은밀하게 라체오락을 한번 즐기면서 그동안 참고 참아온 욕정을 해소하자고 제의해 기어이 약속을 받아낸다.
곽인구 하사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런 약속을 하고 금천 읍내에 있는 량정사업소로 화물자동차를 몬다. 그러나 막상 그곳에 도착해 보니 곳곳에서 식량을 수령하러 나온 기관 단체의 간부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추수한 볏가마니를 밤새워 찧어도 단위 시간당 정미되어 나오는 입쌀은 한정되어 있는데 식량 사정이 절박한 황해도 지역의 기관 단체에서 모두 식량 수령을 하러 나온 탓에 순서대로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사람은 도리 없이 식량수령증을 접수시켜 놓고 그들이 식량 수령을 하러 나올 때마다 찾아가서 밥도 사먹고 술도 사먹으며 휴식을 취하는 금천읍 월암리 사민부락으로 가서 자기 순서가 다가올 때가지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그래서 곽인구 하사는 사민부락에서 사관장의 꼬드김에 빠져 그가 붙여주는 성복순이라는 30대 초반의 여인과 같이 얼떨결에 농밀한 성관계를 갖게 된다.
이날 곽인구 하사와 함께 성관계를 갖게 된 성복순 여인은 원래는 북한의 전연지대(DMZ지역)에서 장기기술하사관으로 복무하다 지뢰사고로 순직한 영예군인가족의 유가족인데, 식량배급이 제대로 나오지 않자 이웃에 사는 영예군인가족들과 같이 밀주를 만들어 외출 나온 군인들과 기관 단체의 간부들에게 팔며 어렵게 호구를 이어가는 젊은 과부이다.
그런데 그녀는 전연지대 지뢰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군인과 결혼해 살다가 남편을 여윈 미망인이라 그때까지 죽은 남편의 대를 이어 줄 자식이 없다. 그러던 차에 출신성분 좋고 인물 좋은 곽인구 하사를 만나게 되자 그녀는 자기 나름대로 잇속을 차릴 계산을 한다. 곽인구와 같이 성관계를 가지면서 배태의 씨앗을 받아 자기 자식을 출산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한 번도 성관계를 가져 본 일이 없는 곽인구 하사의 성감대를 여러 차례 자극시켜 곽인구 하사의 혼을 빼먹듯 광적인 성관계를 갖는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려올 무렵, 곽인구 하사와 사관장은 량정사업소에서 부대원들이 먹을 15일 분의 식량을 수령해 부대로 돌아가면서 월암리 숲길 옆에서 입쌀 200Kg을 차에서 내려 주고 전연지대로 들어간다.
그런데 성복순 여인과 생전 처음으로 라체오락을 즐긴 곽인구 하사는 성복순 여인과 본의 아니게 수차례 성관계를 가진 황홀감과 피로감에 빠져 집중력을 잃은 채 운전을 하다 깊은 산 속 고갯길에서 미끄러져 전복사고를 일으킨다.
이 사고로 사관장은 화물자동차와 같이 몇 차례 굴러 산 계곡으로 처박혀 즉사하게 되고, 운전석에서 자신도 모르게 퉁겨져 나와 졸도해 있던 곽인구 하사는 깊은 밤중에 정신을 차리게 된다.
이때부터 곽인구 하사는 심한 공포감에 휩싸이게 된다. 인민군대에서 제일 중벌로 다스리는 군인의 식량을 사관장과 몰래 빼내 영예군인가족과 부화방탕한 행각을 한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소속부대 전 군인들이 먹을 식량과 화물자동차를 계곡에 처박아 못 쓰게 만든 데다 사관장마저 죽게 만든 인사사고를 낸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살아날 길이 없다고 판단한 곽인구 하사는 평소 자신이 잘 알고 있던 남쪽으로 통하는 전연지대의 비상통로를 따라 부모형제를 북에 둔 채 대한민국으로 월남 귀순하게 된다…….

이 무렵, 북한 군사정보에 목이 말라 있던 냉전시대의 대한민국 국방부와 군 당국자는 곽인구가 도덕적으로는 매우 부패했으나 그를 북으로 강제 송환시키지 않는다. 그것은 북한의 김부자체제가 북한의 청년들을 어린 나이에 강제 초모시켜 10년이 넘도록 휴가도 제대로 보내주지 않은 채 전연지대에 처박아 고된 군사훈련과 엄한 군대생활만 시킨 결과라고 해석한다.
왜냐하면 도덕 교육이 잘된 자유세계 청년들도 북한 청년들처럼 군대라는 울타리 속에 강제로 끌어넣어 장기간 휴가도 보내주지 않은 채 고되고 힘든 군사훈련을 계속시키면 자유세계 대다수 국가의 젊은이들도 이 소설의 주인공인 곽인구와 비슷한 일탈행위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정부는 <월남 귀순동포 특별법>에 따라 곽인구 하사를 융숭하게 대우한다. 또 그가 육군회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법적 후견자(국가가 지정한 보호자)를 붙여 남쪽에서 대학에 입학해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그러나 육군회관에서 성대하게 기자회견을 가진 곽인구 하사의 소식은 곧 북쪽 관계당국과 가족들에게 알려진다. 그 소식을 접한 곽인구 하사의 부모와 조부모, 삼촌들은 아닌 밤중에 날벼락을 맞은 듯 경악하다 부랴부랴 가족회의를 열며 북한의 현 체제와 가문의 배경을 이용해 살아남을 수 있는 궁리를 모색하게 된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곽인구 하사가 소속되어 있었던 부대의 상층부에서는 <특별수사구룹빠(구락부)>를 조직해 사건의 전모를 파헤친다는 대책을 세우고 수사에 들어간다.
<특별수사구룹빠>는 사관장과 곽인구 하사가 사고를 일으키기 전부터 내왕했던 생활동선에 따라 접촉했던 사람들을 불러들여 심문하며 북한의 전연지대와 후방지대 일반 사민들의 일상생활을 면밀히 조사해 한 편의 영화를 보여주듯 상층부에 수사결과를 종합적으로 보고한다.
하지만 상층부는 북한의 고질적인 식량난과 연관된, 생리적 배고픔의 고통과 생필품의 고갈로 인한 민생고가 빚어낸 사고라는 것을 파악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 절박한 처지를 어느 일개인의 힘으로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며 사건의 당사자들을 가능하면 축소시켜 관대하게 처리할 것을 지시한다.
이 지시에 따라 곽인구 하사와 여러 차례 성관계를 가진 성복순 여인은 6개월간의 로동교화형을 선고받고 고향 근처에 있는 평안북도 동림군 채석장으로 강제 이송된다. 여기서 성복순은 북한 죄수들의 생활상을 지켜보며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이어가다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다.
이미 알려져 있지만, 북한에서는 죄수들이 임신을 하게 되면 십중팔구는 당사자가 고문에 못 이겨 죽거나 중절수술을 강요받게 된다. 그러나 성복순은 한때 그가 좋아했던 오빠 친구이자 그녀가 사랑했던 부지배인을 우연찮게 만나 자신이 전연지대 영예군인가족이라는 것과 6개월간의 단기 로동교화형을 선고받은 경범죄자라는 것을 내세워 강제로 중절수술 당할 절대 절명의 위기에서 채석장 부지배인의 도움을 받게 된다.
그 인연으로 성복순은 부지배인의 깔개(情婦) 노릇을 하며 전연지대에서 지뢰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되어 영예군인이 된 남편의 한을 풀어주며 대를 이을 수 있는, 즉 자기 배를 불려서 낳은 아들을 얻게 된다.

한편, 여러 차례의 가족회의와 궁리 끝에 곽인구 하사의 부모형제와 조부모, 삼촌들은 <공화국의 현 정세 아래서 살아남을 대책>을 마련한 뒤 비밀리에 이를 진행시킨다. 그 대책이란 중앙당에 근무하는 곽인구 하사의 둘째 작은아버지가 직장에서 함께 생활하는 상급 당원들이 자기 출세를 위해 들고일어나 출당철직을 결의하기 전에 곽인구 하사의 아버지, 어머니, 누이들을 산 설고 물 설은 량강도 신풍서군으로 선수 치듯 먼저 추방명령을 내려 산간벽지로 내쫓는 형식을 취해 배신자의 가족이 겪는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곽인구 하사의 부모형제는 조국을 버리고 남쪽으로 달아난 배신자의 가족이지만 함경도의 <독재대상구역>에 강제 이주되지 않고 량강도 신풍서군에 있는 어느 산간벽지로 추방되어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화(禍)는 면하게 된다.

이 무렵 곽인구 하사는 남쪽에서 대학을 다 마치고 법적 후견인의 주선으로 직장까지 알선 받는다. 뿐만 아니라 법적 후견인의 주선으로 결혼까지 해서 서울특별시민으로 완전히 정착하게 된다.
몇 년 후 곽인구도 우리 사회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젊은이들처럼 한 사람의 직장인으로, 또 가정을 일군 가장으로 자식도 낳아 키우며 그럭저럭 40대의 직장 친구들과 같이 소시민적 생활을 즐긴다.
그러다 어느 날 북에서 넘어온 귀순자를 통해 가족들의 소식을 듣게 된다. 이때부터 곽인구 하사는 자기 죄책감에 빠져 괴로워하다 직장을 뛰쳐나온다. 하루라도 빨리 경제적으로 자립해 북녘의 부모형제를 구해야 되겠다는 일념으로 자기 사업체를 창립한다. 이후 불철주야 노력해 경제적 자립에 성공하게 된다.
40대 중반에 자신이 세운 기업체의 사장이 된 곽인구 하사는 북한의 량강도 신풍서군 산간지대에서 죽지 못해 하루하루 고생스럽게 살아가는 부모형제를 남쪽으로 데리고 올 계획을 세우며 뻔질나게 중국을 드나든다.
그러다 북한의 국가정치보위부가 파견해 놓은 <특무>들에게 체포돼 다시 북한으로 강제 이송된다. 그래서 곽인구 하사는 또다시 남쪽의 새로운 가족들과는 이산가족이 되고, 북한의 부모형제들을 만나기도 전에 정치범을 수용하는 독재대상구역으로 강제 수용되어 또 다시 생사의 위기를 맞게 된다…….


▶ 인간의 원초적 욕구, 그 어떤 권력도 막지 못한다는 철리(哲理) 일깨워 줘.

결국 이 소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독재권력이나 물리적 강제력도 인간의 기본 욕구인 생명을 연명하기 위한 식욕과 그 배고픔이 해결된 뒤에 찾아오는 “혈육 간에 함께 모여 오순도순 모듬살이를 원하는 인간의 원초적 욕구”를 막지 못한다는 철리(哲理)를 우리들에게 보여주는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의 북한 사회 각 부문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20세기 분단 민족인 북한 동포들의 일상적 삶의 기록>이라는 점이 남쪽의 신세대들에게는 또 하나의 새로운 세계와 흥미를 제공하는 원천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작가는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이 가장 오래 머무는 <평안북도 낙원군 은혜읍>과 <은혜읍 좌당리 ․ 우당리 ․ 중당리 ․ 상당리 ․ 하당리협동농장>, 그리고 <황해북도 금천군 금천읍 새금천장마당>, <량강도 신풍서군> 등은 얼핏 보면 모두 북한 행정구역 안에 있는 실제의 지명처럼 보이지만 북한을 깊이 공부한 후 다시 보게 되면 작가가 실제의 행정구역 주변에 허구로 만들어 놓은 가상의 도시”라는 것을 언젠가는 알게 된다고 한다.

작가가 이렇게 허구로 가상의 도시를 일부러 만든 것은, “고백하듯 작가에게 자신의 지난 삶을 진솔하게 이야기 해준 수많은 탈북동포 여러 분께 티끌만한 불이익도 안겨주고 싶지 않은 작가의 깊은 배려가 깃들어 있다”는 점을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깊이 헤아려 달라고 부탁한다.( 온라인인물뉴스 <저자에게 듣는다> 인터뷰 기사에서)
서동익(徐東翼)

소설가. 북한전문가.
저자 서동익은 1948년 경북 안강(安康)에서 태어나 향리에서 성장기를 보내다 1968년 해군에 지원 입대하여 7년간 현역으로 복무했다. 만기 전역 후, 6·25 한국전쟁 휴전협정 체결 후 남북 관계와 북한 동포들의 삶을 연구해 오다 1997년 국가정보대학원을 수료했다.

1976년 중편소설 <갱(坑)>으로 제11회 세대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등단 후 남북 분단으로 인한 <한국현대소설문학의 반쪽현상>과 <왜소성>을 발견, 이를 극복하는 장편소설을 집필하다 북한 동포들의 일상적 라이프스타일과 생활용어 속의 정치용어, 경제용어, 은어 등에 막혀 실패했다. 이후 직장을 대북전문기관인 자유의 소리방송(전문집필위원), 통일부(학술용역), 국방일보(객원논설위원), 인천남동신보(주간 겸 논설위원) 등에서 근무하며 30여 년간 북한을 연구해 왔다.

주요 북한연구저서로는 <북에서 사는 모습(북한연구소, 1987)>, <인민이 사는 모습 1, 2권(자료원, 1996)>, <남북한 맞춤법 통일을 위한 사회주의헌법 문장 연구(사단법인 북방문제연구소, 2007)>, <남북한 맞춤법 통일을 위한 조선로동당 규약 문장 연구(북방문제연구소, 2007)> 외 다수 논문이 있다.

문학창작집으로는 서동익 소설집 <갱(坑, 자료원, 1996)>, 장편소설집 <하늘 강냉이 1~2권(자료원, 2000)>, <청해당의 아침(자료원, 2001)>, <퇴함 1~2권(메세나, 2003)>, <장군의 여자 1~2권(메세나, 2010)>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 <청해당의 아침>이 1960년대 한국의 문화원형과 전후세대의 삶을 밀도 있게 묘사한 작품으로 선정되어 2010년 6월 1일부터 한 달간 KBS 라디오 드라마극장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국내는 KBS AM 972khz로, 국외는 KBS 한민족방송망을 타고 중국 동북3성 ․ 러시아 연해주 ․ 사할린 ․ 일본 ․ 미국 등지로 방송된 바 있다.

그동안의 창작활동으로 <제8회 인천문학상(1996)>, <남동구민상(1996)>, <인천광역시문화상(2004)>, <남동예술인상(2011)> 등을 수상했으며 <해군을 빛낸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회단체활동으로는 인천광역시남동구문화예술회 창립추진위원장, 초대회장(1991), 한국문협 인천광역시회 제33대 회장(2003), 한국예총 인천광역시연합회 부회장(2004), (사)북방문제연구소 부소장(2007) 등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는 <(주)온라인인물뉴스(www.olinews.com)>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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