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 소개
<원생몽유록>은 조선 중기의 문신인 임제(林悌)가 지은 한문 단편소설로 일명 <원자허전(元子虛傳)>이라고도 한다. 이 작품은 임제의 〈화사(花史)>와 합철된 단권 필사본 이 외에 <조야첨재(朝野僉載)> 권지8에 수록된 본문, <육신전(六臣傳)>에 수록된 국역본 등이 현존하는 필사본이다. 그 외 인간본(印刊本)으로는 <장릉지 莊陵誌>, 남효온(南孝溫)의 <남추강집(南秋江集)>, 원호(元昊)의 <관란유고 觀瀾遺稿>, 임제(林悌)의 <백호문집(白湖文集)> 등에 수록된 것들이 전하고 있는데, 본 편역 작품의 출전은 원호(元昊)의 <관란유고 觀瀾遺稿>와 임제(林悌)의 <백호문집(白湖文集)>을 서로 대조하며 저본으로 삼았다.
작자에 대해서는 김시습(金時習)과 원호를 주장하는 이설이 있었다. 그러나 황여일(黃汝一)의 <해월문집(海月文集)> 기록에 의해 본 작품의 저자가 임제(林悌)라는 것이 확정되었다.
작품의 제작 연대는 확실하지 않지만 작품 말미의 연기(年記)로 추정하면 1568년(선조 1)으로 보인다고 선임연구자들은 밝히고 있다.
이 소설의 주제는 인간사의 부조리에 대한 회의와 모순된 정치권력을 비판하고 있으며, 생육신의 한 사람인 원자허(元子虛)를 주인공으로 하여 사육신과 단종의 사후생활을 그린 작품이다.
줄거리는 원자허가 어느 가을밤에 꿈을 꾸었는데, 장강(長江) 연안에서 왕(단종)을 모시고 박팽년(朴彭年) · 하위지(河緯地) · 성삼문(成三問) · 이개(李塏) · 유성원(柳誠源) · 최덕지(崔德之) 등이 모여 앉아 강개시(慷慨詩)를 화답하는데 유응부(兪應孚)가 뛰어들어, 썩은 선비들과는 대사(大事)를 도모할 수 없다고 탄식하며 검무(劍舞)와 함께 비가(悲歌)를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잠을 깼다는 내용이다.
인간사의 부조리한 면을 주제로 삼은 이 소설은 “몽자소설(夢字小說)이 역사적 · 사회적 주제를 다루는 차원 높은 본격소설로 발돋움하는 데 기초가 된 소설”이라고 선임연구자들은 이 소설의 역사적 평가를 덧붙이고 있다. ●
▣ 작품 줄거리
주인공 원자허(元子虛)는 강개한 선비로 초야(草野)에 묻혀 살아가던 어느 날 밤, 꿈에서 죽은 사람들이 사는 영계로 우연히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복건자(幅巾者, 南孝溫 남효원)의 마중을 받아 왕(단종)과 다섯 신하가 있는 정자로 가서 이들과 어울려 고금의 흥망사를 의논한다.
마음이 격해 있던 복건자는 요(堯)·순(舜)·탕(湯)·무(武)의 네 성군을 적시(賊視)하는 발언을 한다. 이들은 선양(禪讓)을 빙자해서 찬탈의 선례를 역사에 남겼다는 것이다. 왕은 이에 이를 빙자하는 자가 나쁠 뿐이지, 결코 성군을 탓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일동은 술을 마시며 지난 일들을 시로 읊어 회한을 토로한다.
왕의 노래를 시작으로 신하들이 차례로 음영하고 마지막으로 자허는 감정이 복받쳐서 눈물을 흘리며 시 한 수를 읊었는데, 동석자들이 이 시를 듣고 비감에 젖어든다. 이때 씩씩한 장부(兪應孚에 해당)가 자리로 뛰어 들어와 왕에게 인사하고 썩은 선비들과는 대사를 이룰 수가 없다며 칼을 뽑아 춤추며 큰 소리로 노래한다. 노래가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날이 어두워지며 비바람이 몰아치고 우레 소리가 천지를 울리는데 이 때 원자허는 꿈에서 깨어난다.
작중인물 복건자에 대해 통설과는 달리 최덕지(崔德之)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많은 문헌에서 남효온으로 인정되고 있다. <원생몽유록>은 폐주 단종과 사육신의 억울한 경우를 드러내어 은연중 세조의 찬탈을 비판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것은 당대에서는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금기된 사실이었다.
그러므로 이 작품의 내용도 필사된 형태로 문집에 실리지 못한 채 전해온 것이다. 그러나 독자층은 일반사대부 외에도 국역본의 존재에서 보듯 부녀자층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된 것이다. 이는 금기시된 내용이기는 하나 불의를 미워하고 약자를 동정하는 인간의 상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숙종은 <원생몽유록>을 친히 읽고 복건자의 발언 중 <적(賊)> 자(字)만 고쳐 세상에 읽히는 것을 묵인하였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 궁극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인간사의 부조리한 면이다. 이 점은 해월 황여일의 발문에서도 드러나 있다.
한국소설 사상 몽유록계통의 소설이 이 작품에 이르러 비로소 역사적·사회적 주제를 띤 본격소설로 성격화되었으며, 보다 높은 차원의 몽자소설(夢字小說)의 전개를 촉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작가 소개
임제(林悌, 1549~1587)
조선중기의 시인 겸 문신으로 본관은 나주다. 절도사 임진(林晉)의 맏아들로 출생했으며, 자는 자순(子順), 호는 백호(白湖) · 겸재(謙齋)이다.
어려서부터 지나치게 자유분방하여 스승이 따로 없다가 22세 되던 어느 겨울날 호서(湖西)를 거쳐 서울로 가는 길에 우연히 지은 시가 대곡(大谷) 성운(成運)에게 전해진 것이 계기가 되어 그를 스승으로 섬기며 가르침을 받았다고 국조인물지가 전하고 있다.
교속(敎束)에 얽매이기보다는 창루(娼樓)와 주사(酒肆)를 배회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23세에 어머니를 여의었으며, 이때부터 창루와 주사를 그만두고 글공부에 뜻을 두어 3년간 학업에 정진하였는데 그때 <중용>을 800번이나 읽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1576년 28세에 속리산에서 성운(成運)을 하직하고, 생원 · 진사시험에 합격했으며, 이듬해 알성시에 급제한 뒤 흥양현감 · 서도병마사 · 북도병마사 · 예조정랑을 거쳐 홍문관 지제교를 역임했다. 그러다 동서(東西) 간의 당파싸움을 개탄하며 관직에서 물러나 명산을 찾아다니며 여생을 보냈다. 당대의 명문장가로 명성을 떨쳤으며, 시풍(詩風)이 호방하고 명쾌했다. 그러나 기인이라 하고 또 법도에 어긋난 사람이라 하여 글은 취하되 사람은 사귀기를 꺼렸다는 세평도 뒤따르고 있다.
서도병마사로 임명되어 임지로 부임하는 길에 황진이의 무덤을 찾아가 “청초 우거진 골에……”로 시작되는 시조 한 수를 짓고 제사지냈다가 임지에 부임도 하기 전에 파직당한 것이나, 기생 한우(寒雨)와 주고받은 시조 〈한우가(寒雨歌)〉의 일화, 평양기생과 평양감사에 얽힌 로맨스도 유명하다.
스승 성운이 세상을 등진 이래 지기(知己)가 끊어지고, 이리저리 방황하다 고향인 회진리에서 39세로 죽었다. 저서로 <화사(花史)>, <수성지(愁城誌)>, <임백호집(林白湖集)>, <부벽루상영록(浮碧樓觴詠錄)>이 전해지고 있다. ●
-----------------------------------------------------------------
▣ 편역자 소개
서동익(徐東翼)
소설가. 북한전문가.
편역자 서동익은 1948년 경북 안강(安康)에서 태어나 향리에서 성장기를 보내다 1968년 해군에 지원 입대해 7년간 현역으로 복무했다. 만기 전역 후, 6·25 한국전쟁 휴전협정 체결 후 남북 관계와 북한 동포들의 삶을 연구해 오다 1997년 국가정보대학원을 수료했다.
1976년 중편소설 <갱(坑)>으로 제11회 세대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등단 후 남북 분단으로 인한 <한국현대소설문학의 반쪽현상>과 <왜소성>을 발견, 이를 극복하는 장편소설을 집필하다 북한 동포들의 일상적 라이프스타일과 생활용어 속의 정치용어, 경제용어, 은어 등에 막혀 실패했다. 이후 직장을 대북전문기관인 자유의 소리방송(전문집필위원), 통일부(학술용역), 국방일보(객원논설위원), 인천남동신보(주간 겸 논설위원), 사)북방문제연구소(연구이사 겸 부소장) 등에서 근무하며 30여 년간 북한을 연구해 왔다.
주요 북한연구저서로는 <북에서 사는 모습(북한연구소, 1987)>, <인민이 사는 모습 1, 2권(자료원, 1996)>, <남북한 맞춤법 통일을 위한 사회주의헌법 문장 연구(사단법인 북방문제연구소, 2007)>, <남북한 맞춤법 통일을 위한 조선로동당 규약 문장 연구(북방문제연구소, 2007)> 외 다수 논문이 있다.
문학창작집으로는 서동익 소설집 <갱(坑, 자료원, 1996)>, 장편소설집 <하늘 강냉이 1∼2권(자료원, 2000)>, <청해당의 아침(자료원, 2001)>, <퇴함 1∼2권(메세나, 2003)>, <장군의 여자 1∼2권(메세나, 2010)>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 <청해당의 아침>이 1960년대 한국의 문화원형과 전후세대의 삶을 밀도 있게 묘사한 작품으로 선정되어 2010년 6월 1일부터 한 달간 KBS 라디오 드라마극장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국내는 KBS AM 972khz로, 국외는 KBS 한민족방송망을 타고 중국 동북3성 ․ 러시아 연해주 ․ 사할린 ․ 일본 ․ 미국 등지로 방송된 바 있다.
고소설 편역작품집으로는 강도몽유록(OLIN, 2013), 달천몽유록, 안빙몽유록, 원생몽유록, 수성궁몽유록, 피생명몽록(OLIN, 2014) 등이 있다.
그동안의 창작활동으로 <제8회 인천문학상(1996)>, <남동구민상(1996)>, <인천광역시문화상(2004)>, <남동예술인상(2011)> 등을 수상했으며 <해군을 빛낸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회단체활동으로는 인천광역시남동구문화예술회 창립추진위원장, 초대회장(1991), 한국문협 인천광역시회 제33대 회장(2003), 한국예총 인천광역시연합회 부회장(2004), (사)북방문제연구소 부소장(2007) 등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는 <(주)온라인인물뉴스(www.olinews.com)>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편집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