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현왕후전 작품 소개
1. 필사본의 출전과 편역본의 출전
인현왕후전은 다양한 판본이 존재하는 궁중 실기 문학의 한 작품으로 정확한 창작 연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역사적 정황으로 볼 때 정조 때 어느 궁인에 의하여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전기체 궁중수필로, 인현왕후의 비극적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한 인물의 극적인 일생을 그려 고전소설로도 볼 수 있으나 전기적 기록물이나 역사적 비극적 사건에 대한 소회로 볼 수 있어, 연구 학자들 간의 <현대장르에 대한 논의>는 “고전소설로 봐야 한다.”는 논의와 “고전수필로 봐야 한다.”는 논의가 아직까지도 상충하고 있어 현대장르에 대한 논의는 정확하게 재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인현왕후의 비극적 일생을 전기적 기록물 형식으로 형상화한 점, 또 역사적 비극적 사건에 대한 소회로 볼 수 있어 편역자는 이 작품의 현대장르에 대한 논의에 대해서는 고전수필로 봐야 한다는 논의에 더 동의한다.
인현왕후전의 출전은 필사본에서 비롯되고 있으며, 현재 국립중앙도서관본과 가람문고본 등 10여 종이 전해지고 있다. 표제 면에서는 <인현왕후민씨덕행록(仁顯王后閔氏德行錄)>, <민중전덕행록((閔中殿德行錄)>, 민중전기(閔中殿記)> 등의 이칭으로도 불리는데, 본서에 수록한 편역본은 규장각도서관에서 서비스하는 가람문고본 <인현왕후민씨덕행록(仁顯王后閔氏德行錄)> 필사본을 저본으로 삼아 현대어로 편역한 한글 <국역본>과 이 한글 국역본에다 어려운 한자어 낱말 옆에 한자어 원어를 병기해 해석을 붙인 한글 · 한자 병기 <주석본>과 규장각도서관에서 서비스하는 고어 필사본 원고를 문단 단락만 현대소설이나 수필체 형식으로 편집한 <필사본>을 인현왕후전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게 1책에다 함께 수록했다.
2. 작자에 대한 가설과 이설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작품의 작자 문제다. 종래는 인현왕후를 모시고 있던 성명 미상의 어느 궁인이 지었을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의 연구로는 왕후 폐출에 반대하였던 박태보(朴泰輔)의 후예나 인현왕후의 친정 가문에서 지은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왜냐하면 10여 종의 이본 내용을 비교해 보면 어느 작품은 기존의 줄거리에다 박태보의 충직성에 하이라이트를 비추는 이본이 있는가 하면, 어느 작품은 인현왕후의 해맑은 정숙성과 덕성에 하이라이트를 비추는 이본이 경쟁하듯 전해져 내려오기 때문이다.
3. 작품 줄거리
인현왕후는 요조숙녀의 자질을 갖춘 이상적인 여인상이었다. 왕후가 되어 양전 대비께 효양하고 주상께 내조하며, 비빈 궁녀들을 잘 거느리어 조야가 다 존경한다. 그러나 내명부를 책임지고 있는 왕후로서 종묘사직을 이어 나갈 왕자를 출산하지 못하자 종사를 잇기 위해 후궁을 간택하기를 원한다. 이때 후궁 장 희빈이 왕자를 낳자 방자한 마음으로 왕후를 참소하며 폐비하게 하니, 많은 중신이 간하다가 유배된다. 그러다 다시 소론에 의해 왕후가 복위된 후 병세가 위중하고 왕이 애써 위로하며 애통해 하지만 왕후는 35세의 젊은 나이로 승하한다.
4. 작품 속 시대 배경과 역사적 사건들
이 작품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숙종 재위 당시의 역사적 · 정치적 · 사회적 사건들을 객관적으로 한번 반추하면서 이 작품을 읽어 나가면 이해가 빠르다. 숙종조 시대의 조선 조정은 노 · 소 · 남 · 북의 사색(四色)이 성쇠를 반복하며 난립해 붕당이 지닌 폐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당파를 통한 권력의 움직임을 보다 쉽게 파악하기 위해 시기별로 구분해 보면,
1)숙종 즉위 원년(1674년) : 현종 말년의 예론(禮論)의 승리로 허적(許積)을 중심으로 한 남인이 득세한 시기.
2)숙종 6년(1680년) : 경신출척(庚申黜陟). 허적의 서자 허견(許堅)이 역모를 꾸며 복선군을 추대하려 한다는 김석주(金錫冑) · 김만기(金萬基)의 고발로 남인이 실각하고 외척들을 중심으로 한 서인이 집권한 시기.
3)숙종 15년(1689년) : 기사환국(己巳換局). 희빈 장씨의 소생을 세자로 책봉하는 문제에 반대한 서인이 축출되고 남인이 재집권한 시기.
4)숙종 20년(1694년) : 갑술환국(甲戌換局). 기사환국 이후 실권했던 서인 중 김춘택(金春澤) · 한중혁(韓重爀) 등의 소론이 폐비 복위운동을 벌이자, 남인이 이를 제거하려다가 실패해 몰락했다. 이후 남인은 권력의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고, 정국은 소론과 노론이 대립구도를 이룬 시기.
5)숙종 44년(1716년) : 노론이 권력을 장악, 이후 소론에 대한 정치적 박해가 시작된 시기.
이처럼 정권을 쥔 당파가 여러 번 바뀌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건과 희생이 뒤따랐다는 말과 상통한다. 실제로 숙종 즉위 시의 굵직한 사건들을 간추려 보면 1)송시열의 오례문제(誤禮問題)를 둘러싼 고묘논란(告廟論難), 2)김석주 · 김만기 · 민정중(閔鼎重) 등 외척의 권력 장악과 정탐정치에 의한 유림의 공격에서 비롯된 임술삼고변(壬戌三告變), 3)명나라에 대한 의리와 효종 이후 추진되어온 북벌론의 허실을 둘러싼 노론 · 소론간의 분쟁, 4)민비 폐출로 야기된 숙종과 신하들 사이의 충돌, 5)송시열 · 윤중 간의 대립에서 야기된 회니시비(懷尼是非), 6)왕세자와 왕자를 지지하는 노론 · 소론의 알력 등 그 수를 헤아리기가 벅찰 정도이다. 이런 아수라장 같은 정치판에서 윤휴(尹鑴) · 허적(許積) · 이원정(李元楨) · 송시열(宋時烈) · 김수항(金壽恒) · 박태보(朴泰輔) 같은 많은 명사들이 희생되어 역사의 저편으로 물러앉았다.
이러한 당쟁의 격화는 물론 붕당정치의 폐단이 폭발하면서 야기된 현상이다. 하지만 숙종이 군주의 고유권한인 용사출척권(用捨黜陟權)을 지나치게 남발함으로써, 환국(정권교체)의 방법으로 붕당 사이의 대립을 촉진, 왕권의 강화를 획책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인현왕후 민씨는 노론의 거두인 민유중의 딸로 폐출과 복위를 노론을 포함한 서인의 실각, 재집권과 맥을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시기의 정치구도 파악이 이 작품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5. 인현왕후전의 특징과 문학사적 의의
인현왕후전의 특징은 내간체라는 독특한 문체로 우아하고 유려하게 인현왕후의 일생을 그려나간 점이 압권이다. <계축일기>, <한중록>과 함께 3대 궁중문학으로 꼽힌다. 또한 <한중록>과 더불어 2대 궁중 사화의 쌍벽을 이루며, 인현왕후의 어질고 교훈적인 행적을 부각시키고자 실화적 범위 내에서 소설적 구성과 허구적 상상력을 제한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또 장희빈의 성격을 전형적인 악인으로 그려내며 인현 왕후의 선과 대조를 이루게 하고, 그 중간에서 고민하는 숙종의 성격을 다정다감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이 외에도 작품에 등장하는 궁중풍속과 생활양식 등은 당대의 사회상을 연구하는 데에 빼 놓을 수 없는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 작가 소개
어느 궁녀가 쓴 것으로, 궁인의 이름은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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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역자 소개
서동익(徐東翼)
소설가. 1948년 경북 안강(安康)에서 태어나 향리에서 성장기를 보내다 1968년 해군에 지원 입대해 7년간 현역으로 복무했다. 만기 전역 후, 6·25 한국전쟁 휴전협정 체결 후 남북 관계와 북한 동포들의 삶을 연구해 오다 1997년 국가정보대학원을 수료했다.
1976년 중편소설 <갱(坑)>으로 제11회 세대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등단 후 남북 분단으로 인한 <한국현대소설문학의 반쪽현상>과 <왜소성>을 발견, 이를 극복하는 장편소설을 집필하다 북한 동포들의 일상적 라이프스타일과 생활용어 속의 정치용어, 경제용어, 은어 등에 막혀 실패했다. 이후 직장을 대북전문기관인 자유의 소리방송(전문집필위원), 통일부(학술용역), 국방일보(객원논설위원), 인천남동신보(주간 겸 논설위원), 사)북방문제연구소(연구이사 겸 부소장) 등에서 근무하며 30여 년간 북한을 연구해 왔다.
주요 북한연구저서로는 <북에서 사는 모습(북한연구소, 1987)>, <인민이 사는 모습 1, 2권(자료원, 1996)>, <남북한 맞춤법 통일을 위한 사회주의헌법 문장 연구(사단법인 북방문제연구소, 2007)>, <남북한 맞춤법 통일을 위한 조선로동당 규약 문장 연구(북방문제연구소, 2007)> 외 다수 논문이 있다.
문학창작집으로는 서동익 소설집 <갱(坑, 자료원, 1996)>, 장편소설집 <하늘 강냉이 1∼2권(자료원, 2000)>, <청해당의 아침(자료원, 2001)>, <퇴함 1∼2권(메세나, 2003)>, <장군의 여자 1∼2권(메세나, 2010)>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 <청해당의 아침>이 1960년대 한국의 문화원형과 전후세대의 삶을 밀도 있게 묘사한 작품으로 선정되어 2010년 6월 1일부터 한 달간 KBS 라디오 드라마극장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국내는 KBS AM 972khz로, 국외는 KBS 한민족방송망을 타고 중국 동북3성 ․ 러시아 연해주 ․ 사할린 ․ 일본 ․ 미국 등지로 방송된 바 있다.
고소설 편역작품집으로는 강도몽유록(OLIN, 2013), 달천몽유록, 원생몽유록, 안빙몽유록, 수성궁몽유록, 피생명몽록, 금오신화(OLIN, 201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