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소개
<쌍녀분기>는 신라 말기의 학자이자 문장가인 최치원이 서기 874년경 중국 난징(南京)에서 남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장수현 초현관(招賢館) 앞에 있는 쌍녀분과의 기이한 인연을 담은 설화이다.
이 설화의 출전은 고려 때 박인랑이 지은 한국 최초의 설화집인 ≪수이전 殊異傳≫에 기록되어 있었던 작품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 뒤 조선 성종 때 성임(成任)의 ≪태평통재 太平通載≫ 권68에 <최치원(崔致遠)>이라는 제목 아래 전재되어 있었고, 그 뒤 권문해(權文海)의 ≪대동운부군옥≫ 권15에는 <선녀홍대(仙女紅袋)>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전해져 왔으며, 당나라의 <육조사적 六朝事蹟> 등에도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쌍녀분기>가 언제, 누구에 의해 지어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약 20여 수의 한시로 구성된 <쌍녀분기 雙女墳記>는 신라의 대문장가 최치원이 당나라로 유학을 가서 율수현위로 부임한 20세 전후의 나이에 난징(南京)에서 남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장수현 초현관(招賢館) 앞에 있는 쌍녀분과의 기이한 인연을 담은 설화이다. 한 편의 설화이기는 하나 내용 구성 면에서 다분히 소설적 면모를 띠고 있어 현대 장르의 귀속 문제는 아직도 학계에서 미해결로 남아 있다.
어쨌든, 이 설화는 무덤에서 나온 두 여자와 한시를 주고받으며 하룻밤 정을 나누는 인귀교환설화(人鬼交歡說話)가 독자들을 순식간에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압권이다. 인귀교환설화란 살아 있는 사람과 환생한 혼령이 육체적 관계를 맺는 기이한 이야기다. 명나라 구우의 전등신화, 김시습의 금오신화에도 이 설화 유형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 설화에서도 작중 인물들이 원한을 푸는 과정에서 삽입 시들이 나타난다. 이러한 한문 삽입 시편들은 인간과 귀신 간의 사랑이라는 환상적 주제를 서사적으로 구성한 것이다. 이 시를 통해 이들의 정서가 구체적으로 형상화됨으로써 서사의 극적 요소가 강화된다. 이처럼 시 쓰기를 통해 원한을 푸는 모습은 시에 대한 당시의 사고방식이 설화 속에 반영된 것이다. ‘시’라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소통하고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것을 통해 당시 시가 수행한 심리적, 사회적 역할에 대해 추측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한문 삽입 시편들 속에는 다양한 용사의 제법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문장가로서 최치원의 능력과 시 쓰기의 방법에 관해 파악할 수 있다.
<쌍녀분기>의 가장 논란거리는 아직까지도 학계에서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는 현대적 장르 문제이다. 설화냐, 전기냐, 전기소설이냐 등으로 의견이 나뉜다. 조동일은 ‘전기’를 문학적 수식을 의도적으로 가미해 글로 정착시킨 설화’라고 정의한다. 문학적 수식 때문에 설화와는 구분되지만 자아와 세계의 대결 양상은 설화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 소설은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쌍녀분기>도 전기로 분류했다. 이것이 여지껏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는 주장은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해 찾아보았는데 김택환은 전기소설이라는 것은 ‘소설’이라고 하기 어렵고 설화와 소설의 중간 형태인 바, ‘전기소설’이라고 해서는 안 되고 그냥 ‘전기’라고 불러야 옳다는 견해에 반론을 제기한다.
먼저 그는 성립기의 전기소설은 우리나라 소설 발달사의 첫자리에 놓이는 만큼, 후대의 보다 발전된 전기소설이나 다른 제 양식의 소설과 비교해 볼 때 미숙한 면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인접 장르인 설화와 매우 특별하고도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따라서 오늘의 눈으로 보면 성립기의 전기소설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설화에 가까운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쌍녀분기>의 문학적 의의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그 중 첫째는 서사구조 전반에 깔려 있는 환상적 애정 양상이다. 이는 이후 김시습의 『금오신화(金鰲新話)』에 수록되어 있는 <만복사저포기>나 <이생규장전>과 비교될 수 있는데, 현실에서 찾을 수 없는 마음속의 이상적 애정 양상을 묘사한 것으로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은 어쩔 수 없음을 보여 준다. 이후 낭만적 열정은 유교적 규범을 넘어서는 고전서사에 주제로 계속 등장한다. 그 다음 두번째는 당시 시에 대한 인식과 최치원의 시에 나타난 다양한 용사(用事)의 제법이다. 두 여인이 최치원이라는 인물을 만나면서부터 매력을 느끼고 자신의 마음병을 치유 받는 모습을 통해 글쓰기의 중요성과 의미에 관한 당시의 인식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설화에서 최치원이 보여 준 어전과 사전을 통한 용사의 제법은 당시 글쓰기의 전범과 다양한 기교를 평가할 수 있는 자료가 되고 있으며, 후대 한문소설류 발전에 매우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데에서 이 설화의 문학사적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 작가 소개
작자 미상.
▣ 편역자 소개
서동익(徐東翼)
소설가. 1948년 경북 안강(安康)에서 태어나 향리에서 성장기를 보내다 1968년 해군에 지원 입대해 7년간 현역으로 복무했다. 만기 전역 후, 6·25 한국전쟁 휴전협정 체결 후 남북 관계와 북한 동포들의 삶을 연구해 오다 1997년 국가정보대학원을 수료했다.
1976년 중편소설 <갱(坑)>으로 제11회 세대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등단 후 남북 분단으로 인한 <한국현대소설문학의 반쪽현상>과 <왜소성>을 발견, 이를 극복하는 장편소설을 집필하다 북한 동포들의 일상적 라이프스타일과 생활용어 속의 정치용어, 경제용어, 은어 등에 막혀 실패했다. 이후 직장을 대북전문기관인 자유의 소리방송(전문집필위원), 통일부(학술용역), 국방일보(객원논설위원), 인천남동신보(주간 겸 논설위원), 사)북방문제연구소(연구이사 겸 부소장) 등에서 근무하며 30여 년간 북한을 연구해 왔다.
주요 북한연구저서로는 <북에서 사는 모습(북한연구소, 1987)>, <인민이 사는 모습 1, 2권(자료원, 1996)>, <남북한 맞춤법 통일을 위한 사회주의헌법 문장 연구(사단법인 북방문제연구소, 2007)>, <남북한 맞춤법 통일을 위한 조선로동당 규약 문장 연구(북방문제연구소, 2007)> 외 다수 논문이 있다.
문학창작집으로는 서동익 소설집 <갱(坑, 자료원, 1996)>, 장편소설집 <하늘 강냉이 1∼2권(자료원, 2000)>, <청해당의 아침(자료원, 2001)>, <퇴함 1∼2권(메세나, 2003)>, <장군의 여자 1∼2권(메세나, 2010)>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 <청해당의 아침>이 1960년대 한국의 문화원형과 전후세대의 삶을 밀도 있게 묘사한 작품으로 선정되어 2010년 6월 1일부터 한 달간 KBS 라디오 드라마극장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국내는 KBS AM 972khz로, 국외는 KBS 한민족방송망을 타고 중국 동북3성 ․ 러시아 연해주 ․ 사할린 ․ 일본 ․ 미국 등지로 방송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