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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석꾼 외동딸

박종희 장편소설 『천석꾼 외동딸』은 여고 졸업 후 문학의 꿈을 접어버리지 못해 고희에 이르도록 시와 소설을 함께 써 온 늦깎이 작가로, 길고 긴 인생 여정을 걸어오면서 삶의 원체험에서 한 땀 한 땀 걸어 올린 문장들이 소금처럼 짜고 담백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작품이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세대의 사회 진출과 어느 한 가정의 생성과 해체, 그리고 그 가족 구성원들의 소멸 과정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이 소설은 자전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다. 소설가 서동익 씨는 이 소설집 <발문>에서 “우리 사회 대다수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1차 생산품으로 생을 연명해오던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되던 시기에 청년들로 활동했고, 정치 사회적으로는 학창시절에 5.16을 겪으며 개발독재시절에 지방의 대도시나 서울로 무작정 상경..
박종희 장편소설 『천석꾼 외동딸』은 여고 졸업 후 문학의 꿈을 접어버리지 못해 고희에 이르도록 시와 소설을 함께 써 온 늦깎이 작가로, 길고 긴 인생 여정을 걸어오면서 삶의 원체험에서 한 땀 한 땀 걸어 올린 문장들이 소금처럼 짜고 담백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작품이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세대의 사회 진출과 어느 한 가정의 생성과 해체, 그리고 그 가족 구성원들의 소멸 과정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이 소설은 자전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다.
소설가 서동익 씨는 이 소설집 <발문>에서 “우리 사회 대다수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1차 생산품으로 생을 연명해오던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되던 시기에 청년들로 활동했고, 정치 사회적으로는 학창시절에 5.16을 겪으며 개발독재시절에 지방의 대도시나 서울로 무작정 상경하여 부평초 같은 신세로 직장을 찾고 연인을 만나서 가정을 꾸미며 전후기 산업사회의 주역으로 30∼40년간 활동하다 후배들에게 자기 자리를 물려주고 장년층 또는 노인층으로 물러앉았다.”고 했다.
또 “이 소설의 주인공 박정애와 김종태 부부처럼 한국 현대사만큼 파란만장한 가정생활을 영위해 나간다. 읽는 이의 관점에 따라 그 느낌은 달라지겠지만,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오도된 가부장제 그늘 아래서 삶을 영위해 온 우리 사회 어느 한 가정의 생성과 해체, 그리고 그 가족 구성원들의 소멸에 이르는 과정이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져 바로 우리 옆집 아저씨나 혈육들의 이야기처럼 더 가깝게 다가와 이 작가와 한 시대를 같이 살아온 우리 사회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이 소설을 펼치는 순간 “그대의 팔자가 내 팔자요, 당신의 슬픔이 바로 내 슬픔이외다.” 하면서 심연 같은 이 소설 세계 속으로 빨려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 소설 본문 미리 보기 ]

그는 차례차례 정애의 옷을 벗겨 나갔다. 속옷이 나타나자 정애는 순간 멈칫했다. 공중목욕탕을 함께 다닌 어머니 외에는 그 어느 누구 앞에서도 속옷을 보이지 않은 그녀였다. 정애의 속옷이 드러나자 그도 멈칫한 것 같았다. 다시 정애는 체념하고 있었다.
아! 정애는 정말 첫 경험만은 진정 사랑하는 사람과 감미롭게, 애절하게 하고 싶었다. 또 첫 경험은 응당 그렇게 해야만 되는 걸로 믿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무언가? 정애는 속으로 울고 있었다. 그는 다짜고짜 정애의 속옷을 벗기더니 실전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 그녀 몸의 역사인 생애 첫 경험의 순간이 그렇게 한순간의 일처럼 아무 감흥 없이 끝나고 말았다.
뭐가 이래?
그와의 결혼을 위해서 26년 동안 고이 간직했던 순결을 허용하는 순간 정애는 정말 실망과 망상이 교차하는 순간이 되고 말았다. 고통스러움 외 정애는 아무런 느낌도 받지 못했다. 일이 끝났나 싶은 느낌과 동시에 정애는 허탈한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 다음 정애는 요때기 위에 드러누워 그와 일을 벌였던 자리 밑을 정신없이 살펴댔다. 평소에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그 처녀성에 대한 집착 때문에 그 흔적을 찾아볼 셈이었다. 하지만 정애가 첫 경험을 했던 그 자리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언젠가 수희가 병두와 첫 경험을 했을 때 아무런 흔적이 없다고 병두가 수희의 숫처녀를 의심했다고 들었다. 정애가 알고 있는 수희는 정말 진정 그녀도 병두와의 첫 경험임을 알고 있었기에 더욱 자리 밑에 흔적에 대해 시선이 쏠렸다.
“과연 나는?”
하며 그녀는 자부심을 가지고 요때기 위를 살폈다. 하지만 정애 역시 아무 흔적이 없었다. 그렇게 거룩한 첫 경험은 아니었지만, 기대했던 처녀성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 자신은 그야 말로 그것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다 큰 실망을 하고 말았는데, 그는 그런 것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표정이었다.
 정애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엄습해 오는 묘한 기분에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과연 이게 내가 그리도 동경해오던 그 거룩한 첫 경험인가?”
실망은 컸지만 그래도 오늘은 제2의 인생을 줄긋는 날이었다. 집에 와서도 정애는 그 처녀성에 대한 실망 때문에 잠도 못 이루고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운명이었다. 좋든 싫든 그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만 스물여섯 시골 처녀 정애의 머릿속을 꽉 채워주는 것 같았다.
------------------------------------------------------[ 본문 <첫 경험> 전문 ]
박종희 시집 <할매의 거칠고도 아름다운 숨소리 (2015)>를 펴낸 이후 다음 카페를 통해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는 1948년 경북 예천에서 출생해 1968년 문경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여고 졸업 후 문학의 꿈을 접어버리지 못해 고희 에 이르도록 시와 소설을 함께 써 온 늦깎이 작가입니다.

긴 인생 여정을 걸어오면서 삶의 원체험에서 한 땀 한 땀 걸어 올린 문장들은 소금처럼 짜고 담백하며 이 작가와 한 시대를 같이 살아온 우리 사회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이 소설을 펼치는 순간, “그대의 팔자가 내 팔자요, 당신의 슬픔이 바로 내 슬픔이외다.” 하면서 심연 같은 이 소설 세계 속으로 빨려들 것이다. < 본문 작품해설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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