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소비의 이해 》
-이 책에 대하여
이 책의 핵심담론은 정보생산을 넘어 정보소비라는 주제다. 지식정보사회에서의 정보소비의 이론적 접근과 올바른 이해에 대한 체계적인 탐구이다. 정보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재화(비경합 재화)’의 성격을 갖는다. 정보란 사람들이 무엇인가 존재론적으로 알기를 원하는 욕구 대상이다. 또한 정보의 핵심가치는 소비다. 소비는 인간의 욕구에 따른 일반상품의 소비라는 맥락에서 국가안보와 개인 이익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것이 정보소비 과정이다.
우리 주변에는 시공을 초월해 수많은 자료와 글, 기호와 정보가 넘쳐난다. 정보가 부족하다는 시대는 지나갔다. 오히려 정보 과잉 혹은 정보홍수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 진정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많은 정보들을 어떻게 선택해 지혜롭게 소비하는가에 대해서는 어리둥절해진다. 과거의 정보는 주로 군사분야 내지 국가안보 차원에서 권력자들의 통치를 뒷받침하는 국가주의적 생산과 소비였다면 지금은 정보의 생산이 기계화되는 세상, 사회 주체들의 의사결정과 그 실천을 위한 핵심요소로 정보소비가 더없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었다. 특정 권력자들의 정보사용에서 민간의 소비시대로 이동하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현시대의 대표적 사회원리는 개방과 공유다. 성공하는 정부, 기업, 개인은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며 관리한다. 정보행위의 본질은 인간의 지적 본능과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보는 현실이요 권력이며 남을 이길 수 있는 힘이다. 자기 권력에 반하는 집단이나 다른 권력의 실체가 나타나면 불쾌해지고 자신의 권력이 침해당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서 정보가 사용된다. 일종의 권력 상실 증후군 상태에 빠지면서 상대방의 속마음을 꿰뚫어보고자 하는 욕구가 다름 아닌 정보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정보전쟁’ 하에서 정보수집과 사용은 사실상 합리성 및 규범성과는 거리가 멀다. 윤리와 도덕이 아니라 다만 필요에 따른 활동이다. 정보는 사용자의 지위와 역할에 따라 상대적 가치로 소비된다.
그동안 정보학은 정보의 수집과 분석 생산이라는 전통적 틀 속에서 세상 모든 비밀의 열쇠를 풀어 가는 수단쯤으로 생각한 나머지 정보소비가 사회적 문화적 현상이라는 사실을 주목하지 못했다. 많은 정보를 통합하고 분활하고 생산하면서 필요한 지식을 축적해 가는 과정, 정보의 프로세스가 중요하지만 그 결과물의 사용이 더 중시되는 사회가 되었다. 따라서 현시대는 정보를 가공하고 생산하는 정보생산자 중심(production-push)에서 주어진 정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하는 정보사용자 중심(user-driven)으로 변하고 있다. 이제 정보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사용자를 돕고, 동시에 필요한 정보를 자기 이익적으로 소비하는 패러다임이 중요해지고 있다. 정보소비자는 정보 자체를 관념체계로서가 아니라 실제 삶의 지식으로 이익관리 자료로서 보는 안목이 필요해졌다. 지금까지 정보의 공급자가 이익을 본 세상이었다면 이제는 정보를 소비하는 사람이 돈을 버는 날이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정보소비(intelligence consumer)’는 가치 확대와 소비의 창의성을 통해 국가 기업 개인들의 이익관리를 위한 정보 소비를 다루는 학문이다. 모든 사회 주체들, 즉 국가 간, 기업 간, 개인 간의 지식정보의 교류를 통한 정보소비를 촉진함은 물론 사람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삶의 사회구조다. 그러므로 학술적 의미에서 정리해 보면 국가정보(학), 기업에서의 경쟁정보, 경영전략, 마케팅, 컴퓨터 사이언스, 사회과학 등을 융합한 새로운 통섭의 학문 영역이다. 수많은 정보와 지식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는 것이 정보의 컨버전스(convergence)이다.
뿐만 아니라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정보는 더욱 세련되고 정확해졌다. 오늘날 정보를 얻는 것은 매우 쉬워졌다. 정보를 모으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07년 7월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세계미래회의 2007’에서는 “정보가 미래에는 거의 값이 없어지면서 물이나 전기처럼 가정으로 배달된다.”라고 했다. 데이터의 용량이 커지고 보편화 상용화되면서 정보가 사람들에게 무제한 전달되는 시대가 온다는 뜻이다. 이미 위키피디아(네티즌이 만드는 온라인 백과사전) 혹은 유튜브(YouTube)에는 수십억 개의 단어와 동영상이 흐르고 있어 이를 반영한다.
따라서 이 책은 지식정보사회에서 진정한 정보의 의미 및 정보소비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깊은 통찰력과 분석 능력, 그리고 정보소비의 지혜를 일깨우는 안내서로 집필하였다.
책의 구성은 크게 4부 12장으로 구성돼 있다.
제1부는 사회발전과 정보의 형식적 존재 양식을 중심으로 다루었다.
제1장에서는 정보의 세기와 정보 현상 및 구조, 이미지를 기술했고 제2장에서는 정보수집활동의 실제와 원칙, 출처(공개정보, 비밀스런 인간 정보) 들을 설명했다. 이어 제3장에서는 정보의 분석과 생산, 그리고 정보 효용가치의 극대화 방향을 제시하며 사용자의 피드백 중요성을 설명했다.
제2부에서는 현대 소비사회의 특징을 개관하고 정보소비이론의 사회적 논리를 소개했다.
여기에 구성된 4장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는데 인간의 소비욕망과 권력관계, 헤게모니 관점에서 정보소비관계를 찾아보았다. 5장은 새로운 부가가치로서의 정보소비를 논의하면서 정보흐름의 속도, 정보경제의 확대, 그리고 정보의 개인화 및 맞춤화를 정리하여 ‘정보재’의 일상적 정보소비행태를 분석했다. 6장에서는 정보소비와 유통 및 사회문제를 중심으로 정보판단의 왜곡 및 소비의 실패 원인을 찾아보고, 정보 불평등의 문제, 네트워크상의 일탈과 정보통제의 단면을 분석했다.
제3부에서는 현대소비사회에서의 정보소비구조와 변동 상황을 분석했다.
포함된 내용 중 7장에서는 기존의 정보생산을 넘어 새로운 정보소비사회로 이동 구조화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리고 정보 사회관계성의 가치를 찾아보기 위해 국가단위에서의 권력생산과 국가 이익관리의 문제, 기업차원에서의 경쟁정보수집과 정보소비를 통한 이익실현을, 그리고 일반시민들 차원에서는 정보소비와 집단지성이 어떻게 형성되는 가를 접근했다. 8장에서는 재화세계에서 지식정보의 소유 및 정보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상호작용을 논증했다. 핵심적으로 정보의 선택과 소비기술, 프로슈머(prosumer) 경제에서의 정보가치 평가, 정보생산 / 소비자간의 바람직한 관계를 제시했다. 그리고 9장에서는 정보자본주의 시대에서 ‘관심’(attention) 대상으로서의 정보에 초점을 맞췄다. 정보는 일상에서 관심의 대상이라는 사실, 사회시스템으로 성장해 가는 위키노믹스 사회, 정보중심의 경제, 정보자본가의 등장을 기술하였다.
제4부는 결론의 장으로서 정보소비시대에서의 우리의 대응전략은 무엇인가를 기술했다.
제10장을 중심으로 정보의 사회화 및 정보량의 확대현상, 콘텐츠 산업의 필요성, 정보의 민주화 및 여성적 소프트사회의 도래를 내다봤다. 이어 11장에서는 창의적 인간(호모크레이투라)시대에서 우리들이 정보시민(인포즌, Inforzen)으로 살아가야 하는 지혜, 지식정보기반의 사회생활과 정보보안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그리고 12장에서는 복잡한 지구체계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제기하며 예측정보의 필요성을 모색했다. 우리가 바라는 미래를 위한 정보가 아니라 ‘다가올 미래’를 예측한다는 의미에서 사용자를 위한 예측정보를 생산하고 조기경보체제를 강구하며 정보공동체 간 정보공유의 필요성을 요약했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정보소비의 이해》는 정보의 생산을 넘어 정보소비시대로 전환되는 논리와 특징들에 대한 탐구로 메워졌다. 필자가 다루고자 하는 정보 = 생산 = 소비의 관계 중 ‘정보소비’의 논리와 이론들은 정보통신기술 발전에 따른 핵심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독자들은 정보란 문제의 해결의 아이디어시장을 형성한다는 의미에서 다른 인접 학문들과 통섭 차원에서 이해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글을 쓰게 된 것은 30여 년간 국가정보대학원 및 일반 대학(원)에서 연구하고 강의하던 경험들을 중심으로 이미 졸서로 발간된 《정보경영론》(2008)의 연속 편으로 생겨난 산물이다.
당연히 이 책은 발간하는데 시간이 부족했지만 내용상 다루어진 여러 가지 가정, 아이디어, 모델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정보전문가들과 독자 제현 모두의 과제이기도 하다. 아무쪼록 현시대 정보홍수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정보소비를 잘하고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큰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2008년 5월
분당연구실에서
우 정(禹 晶)
1944년 황해도에서 출생해 1·4후퇴 때 월남
사회학 박사. 전, 국가정보대학원 교수.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유타대학교 사회과학대학원 연구원, 한양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걷기의 유혹: 걷기가 이끄는 삶(2020)>, <휴미락의 탄생: 쉬고, 먹고, 즐김의 인문학(2020)>, <죽음의 인문학적 이해(2018)>, <인문학에 노년의 길을 묻다(2015)>, <북한사회의 성과 권력(2012)>, <9988의 꿈과 자전거원리(2010)>, <정보소비의 이해(2009)>, <국가정보경영론(2008)>, <북한체제연구(공저 : 2002)>, <북한사회구성론(2000)>, <분단시대의 민족주의(1996)>가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9.11사태 이후의 정보패러다임 변화 연구(2008)>, <정보생산을 넘어 정보소비사회로의 연구(2008)>,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과 남북관계의 발전 방향(2008)>, <소프트파워와 대북 정책의 시사점(2008)> 등 다수가 있으며 현재 정보사회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